화재 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으시나요? 우리가 흔히 보는 미디어 속 화재사고는 위협적인 크기의 화염이 건물을 집어 삼키는 모습입니다. 뜨거운 불길은 보기만해도 두려움을 자아냅니다. 그런데 사실 화재 피해는 열로 인한 화상 중심 피해보다 화재 때문에 발생한 유독 가스의 피해가 더 큽니다. 화재 희생자가 사망한 원인 중 약 75-80%는 직접적인 화염이 아니라 연기, 유독가스, 혹은 산소 고갈입니다. 그렇다면 화재가 생성한 유독가스는 진화 후 완전히 사라질까요?
화재시 발생한 유독 가스는 미립자 형태로 공기 중에 떠 다니며 확산됩니다. 이러한 미립자가 호흡기나 점막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독성 물질이 되어 신체를 서서히 망가뜨립니다. 일산화탄소, 일산화질소, 황화가스,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 직접적으로 질환을 유발하는 가스는 물론 극미량으로도 인체를 위협하는 시안화수소, 포스겐 등 유독 가스의 종류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 신규 화학물질이 증가하며 새로운 종류의 독성 가스들도 늘고 있어 주의를 요하고 있습니다. 더 무서운 점은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 가스들이 화재가 진화된 이후에도 남아있다는 사실입니다.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에서는 소방관 직업 자체를 다양한 화학물질과 함께 Group 2B (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으로 분류하고 메타 분석을 통해 고환암, 전립선암, 비호지킨림프종의 발병 위험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국내 연구소에서도 국내 소방 공무원에게 대장 및 직장암, 신장암, 방광암, 비호지킨종 및 림프조혈기계암이 유의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유해 물질이 당장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더라도 어느 순간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입니다.
화재 사고시, 화염이 진압되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화재조사현장 호흡가스 유해물질 분석 기초연구」에 따르면 화재 발생한 날을 기점으로 2일 정도 후 화재 현장을 방문해 농도를 측정하니 총휘발성유기화합물과
가 농도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포름알데히드라는 유해가스도 위험한 수준으로 검출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스가 여전히 사고 현장에 잔존하는 셈입니다.
따라서, 잔존하는 유독 가스를 완전히 제거하기 전까지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이전과 동일한 환경으로 복구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화재현장의 유독가스를 근원적으로 제거 하기 위해서는 잔존 유해가스의 원인이 되는 여러 요인(오염된 건물 마감재 등)에 대한 조사 및 조치가 필요하며, 내부 공기질 개선작업 병행이 필수입니다.
출처
- 한국 A급, B급 1단위 화재 시험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등의 정량적 연구